[튼튼 근육, 탄탄 노후] <하> 근육이 자산, 늦기 전에 준비하자
자전거타기 근육강화에 좋아
유산소·근력운동 각 30분씩… 최소 주 3회 꾸준히 해야
운동보다 단백질 섭취 중요… 몸무게 1㎏당 하루 1.2g 섭취
[사진출처 : 픽사베이]
올해 일흔셋인 이지풍(수원)씨는 팔팔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인지 다리 힘도 짱짱하다. 나이 들며 식사량이 줄긴 했지만 매 끼니 고기와 생선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이씨는 “요양병원에 누워 있거나 집에서 거동도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 정도면 젊게 사는 편 아니냐”며 웃었다. 이씨는 지난해 가을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근육 건강 연구 참여자 모집에 선뜻 등록했다.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건강을 점검해 볼 기회다 싶었다. 다만 자신이 실험군인지, 어떠한 실험을 하게 되는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
별 기대 없이 참가했는데 석달 후 이씨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보다 팔다리에 근육이 더 붙고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다. 실제 병원에서 측정한 이씨의 사지 근육량은 참가 전 7.77㎏/㎡에서 8.21㎏/㎡으로, 허벅지 근력은 186N(뉴턴)에서 270.1N으로 크게 늘었다.
사실 이씨는 해당 연구의 실험군으로 분류돼 3개월간 하루 두 번씩 단백질 영양식을 공급받았고 앉았다 일어서기 같은 일상적 운동을 주 3회 했다. 그 결과 근육량과 근력이 좋아진 것이다.
유명숙(67·수원)씨는 지난해 초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대로 두면 100% 당뇨가 온다고 해 걱정하던 차에 이씨와 같은 근육 건강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가 끝난 뒤 체지방은 4㎏ 가까이 줄었고 근육량은 오히려 늘었다. 콜레스테롤은 238㎎/㎗에서 187㎎/㎗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지방이 빠진 자리에 근육이 들어찬 것이다.
유씨는 지금도 꾸준히 운동하고 단백질 챙겨먹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내 또래는 대부분 근육이 빠지면서 발을 잘 삐거나 걸음이 느려지고 자세가 틀어지기 쉬운데, 연구 참여 후 근육이 붙고 움직임도 활발해져 사는 맛이 난다”고 했다.
노년 건강, 근육이 좌우
이씨와 유씨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가 지난해 7월~올해 1월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아주대병원과 함께 진행한 근감소증 예방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노년기 근육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몸소 깨달았다. 근감소증(사코페니아)은 60대 중 후반 이후 근육량과 근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현상으로 근래 단순 노화가 아닌 질병으로 다뤄지고 있다.
박유경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교수가 책임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18일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실렸다. 연구팀은 50~80세 남녀 1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2주간 류신(3g) 단백질(20g) 비타민D(800IU) 칼슘(300㎎)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단백질 영양식’을 매일 2회 섭취토록 하고 다른 그룹(대조군)은 같은 열량의 탄수화물 영양식을 제공했다.
그간 진행된 대부분의 근감소증 예방 연구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50~64세 95명(50대 58명)이 포함된 점이 특징이다. 단백질 영영식이 소위 ‘프리 시니어(presenior)’로 불리는 장년층의 근육소실 예방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연구결과 단백질 영양식 섭취군의 제지방량(지방을 뺀 전신 근육 및 수분의 총량)은 증가한 반면 탄수화물 영양식 섭취군은 오히려 감소했다. 남성의 경우 하지 근력이 실험군은 증가했고 대조군은 줄었다. 두 그룹 모두 주 3회 일상적 운동을 병행했지만 단백질 영양식을 섭취할 때 근육량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65세 이상 보다 50~64세 연령군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선 더 이른 시기인 50대부터 근육 관리에 나서야 함을 시사한다. 박 교수는 “근육량은 30대에 정점을 이룬 후 40대부터 서서히 줄어 50세부터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60세를 넘으면 와르르 무너진다”면서 “노화 초기인 50대부터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근육량이 최대에 달하는 30대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되고 관심이 있다면 그 때부터 꾸준히 근육을 만들어 놓으면 좋지만 대다수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인 만큼, 늦어도 50대부터는 근육소실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감소증 치료제는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단백질과 비타민D 등 영양소 섭취와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걷기 만으론 한계
운동은 걷기만 과도하게 많이 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근감소증 예방에 도움되지 않는다. 반드시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50대부터는 근력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무릎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자전거 타기는 하체 근육을 반복적으로 수축 이완해 근육 강화에 좋다. 모래주머니나 가벼운 덤벨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 실시하는 것도 도움된다. 걷기 등 유산소 운동 30분, 근력운동 30분씩 주 3~5회 꾸준히 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직장,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근력강화 동작을 알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의자에 바르게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수평이 되도록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수납장 등을 지지대 삼아 팔굽혀펴기를 하면 된다. 계단 오르내리기도 효과적인 하체 근육 운동법이다.
운동보다 더 신경써야 할 것이 바로 단백질 섭취다. 단백질은 근육·뼈 손실을 막고 에너지와 면역력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다. 우리 몸에서는 하루 약 300g의 단백질이 분해되고 합성되는데, 이때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에 저장해 뒀던 것을 분해해서 사용하게 된다. 결국 근육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기 전에 매일 충분한 양을 보충해 주는 것이 근육을 제대로 지키는 방법인 셈이다.
건강한 성인은 몸무게 1㎏당 하루 0.91g(한국영양학회 섭취 권장량)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다만 노인들은 근육 생성 효율과 단백질 흡수율이 떨어져 일반 성인보다 단백질을 30% 정도 더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노인학회는 2018년부터 노인의 단백질 섭취 기준을 하루 1.2g/㎏으로 높였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최대 1.5g/㎏까지 섭취를 권고한다. 하지만 최근 인제대 서울백병원 박현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남성의 47.9%, 여성의 60.1%는 하루 권장량에 못 미치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윤석 아주대병원 노인보건연구센터장은 “근육이 만들어지려면 단백질 중에서도 ‘류신’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운동선수들이 운동 후 단백질 파우더를 챙겨 먹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노년층은 운동 후에도 김치와 밥만 먹는 경우가 많아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필수 아미노산은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영양소로 류신을 포함한 9가지가 있다.
매 끼니 단백질 반찬 챙겨야
고기 계란 우유 콩 견과류 버섯 등에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다. 박유경 교수는 “육류(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와 생선 계란 두부로 구성된 단백질 반찬을 매 끼니에 빠지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란의 경우 노른자를 포함해 하루 1개씩도 무방하지만 당뇨 등 심혈관질환력이 있다면 이틀에 한 개씩 섭취가 바람직하다. 아울러 우유나 요거트를 간식으로 매일 섭취하면 좋다.
식품을 통한 섭취가 어렵다면 단백질 보충제를 사서 매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왕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단백질 평가 기준인 ‘아미노산 스코어’가 100점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박석준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장은 “노년층의 경우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충분히 함유한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에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있고 아미노산 스코어가 110점 이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85점 이상)을 훨씬 상회하는 단백질 제품도 나와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3004020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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